강신욱 스포츠포럼실천상임대표

고 최숙현선수가 폭력을 못이기고 세상을 버린 게 벌써 1년이 지났다.
사회적 공분이 어떠했는지 지금도 가슴이 뭉클하다.
지도자들과 동료의 구타 행위도 그러했지만 최숙현선수가 자신의 처지를 그렇게 애타게 하소연 했음에도 소위 보호 시스템이 철저히 무너진 것에 대해 국민들은 극도의 분노를 나타냈다.
이후에 체육계 인권 개선을 위한 국민체육진흥법 개정과 문체부 스포츠윤리센터 설립, 그리고 체육계 내부의 자정 노력이 가속화 되었다.
체육계 인권 개선의 커다란 계기가 마련된 셈이었다.
그러나 고 최숙현선수의 아픔을 계기로 체육계 인권이 기대만큼 개선되었을까?
금년 봄에는 이재영, 이다영 자매로 상징되는 체육계 학폭 문제가 세간을 흔들었다.
학창 시절 발생한 과거의 동료간 폭력 문제가 새삼 체육계를 혼란에 빠트렸다.
억울한 사례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가해자로 낙인 찍히며 평생 몸담아온 코트를 떠나갔다.
비단 떠나간 선수나 지도자들만 그러했을까 하는 한숨과 아쉬움이 체육계 내부에서 제기되었다.
아주 오래된 얘기였든 불과 1년 전의 일이었든 폭력으로 인한 선수들의 고통과 아픔은 결코 끝나지 않고 지금도 어두운 한 켠에서 계속되고 있다고 본다.
신체 폭력이 좀 줄었을지 모르지만 언어폭력은 여전히 심각히 잔재해 있다고 본다.
멀리 갈 것도 없다.
경기장에 가보면 얼굴이 뜨거워진다.
원망, 위협, 경멸, 거부, 적대 형태로 가해지는 언어폭력은 신체폭력 못지 않게 선수 개인의 자존감에 엄청난 상처를 남긴다.
고 최숙현선수나 학폭 피해자들이 피를 토하며 고백하는 내용의 상당 부분은 바로 언어폭력이다.
스포츠 인권센터든 윤리센터든 신체폭력이나 심지어 언어폭력이 곧바로, 혹은 시간 경과 후 대부분 신고될 거라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면 고 최숙현선수에 대한 배신이다.
체육계를 모르거나 알려고 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대형 사고만 터지지 않기를 바라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나는 기회 있을 때마다 모든 선수들을 대상으로 모바일 등을 이용한 폭력 피해 실태 조사를 당분간 1년에 한 두 번씩 정기적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호소해 왔다.
일부 지도자들에게 거슬릴 수 있지만 선수 폭력을 예방하고 건전한 대다수의 지도자를 보호하는 꽤 현실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조사 기관이나 연구자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지난 1년간 폭력을 경험한 선수 비율은 지난 10여년 간 일관되게 20% 내외다.
역으로 말하면 80% 내외의 지도자들은 그야말로 승리의 압박감과 1년 계약직, 그리고 터무니 없이 낮은 급료에도 불구하고 선수들에게 헌신하고 있다.
선수들에 대한 신체, 언어 폭력을 이 땅에서 근절해야 한다.
그리고 착한 대다수의 지도자들을 보호해야 한다.
체육계가 국민들로부터 다시 사랑받고 존경받을 수 있도록 체육계 스스로가 크게 변해야 한다.
그것이 고 최숙현선수가 우리에게 남긴 절규고 과제다.
다시 한번 고 최숙현선수의 명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