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석진 기자]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22억여원의 요양급여를 부정수급한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장모 최모(74)씨가 24일 법정에서 관련 혐의를 부인했다.

이날 의정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정성균) 심리로 열린 최씨에 대한 첫 재판에서 검찰은 "최씨는 의사가 아닌데도 동업자와 공모해 비영리 의료법인처럼 해 놓고 실제로는 영리 목적 의료기관을 설립, 의료법을 위반했다"며 "요양급여를 신청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22억9000만원을 받아 편취했다"고 공소사실을 밝혔다.

재판부가 "(검찰의) 공소사실을 인정하는가"라고 묻자 최씨는 "인정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또 "피고인이 개설한 요양병원에 사위 유모씨가 근무하면서 운영상 보고를 한 것은 맞느냐"고 묻자 최씨는 "사위가 근무한 것은 맞지만 운영에 대해 보고 받거나 지시한 바 없다"고 답했다.

다만 최씨는 22억9000만원의 요양급여를 받은 사실 자체에 대해서는 검찰과 다투지 않기로 한 것과 관련 "요양급여 수급을 공모했다는 것은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인가"라는 재판부의 질문에는 "맞다"고 답했다.

이날 최씨의 변호인은 "(검찰이) 과거 수사기관의 조서를 보고 일부만 편집해 공소 제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씨는 2013∼2015년 경기 파주시 내 요양병원을 동업자 3명과 함께 개설·운영하면서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 22억9000만원을 부정하게 받은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로 불구속 기소됐다.

애초 이 사건은 2015년 파주경찰서에서 수사가 시작돼 동업자 3명만 입건됐다.
이들은 재판에 넘겨졌고 2017년 1명은 징역 4년, 나머지 2명은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을 각각 확정받았다.

공동이사장이었던 최씨는 2014년 이사장직에서 물러나면서 병원 운영에 관한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책임면제각서'를 받았다는 이유로 입건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4월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황희석 열린민주당 최고위원 등이 윤 전 총장과 부인 김건희씨, 장모 최씨 등을 각종 혐의로 고발하면서 재수사가 시작됐다.

지난해 10월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은 윤 전 총장 본인과 부인, 장모, 측근의 가족 등과 관련된 여러 사건들에 대해 윤 전 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배제하는 수사지휘를 내리기도 했다.

하지만 며칠 뒤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더불어민주당 법사위원으로 국정감사장에 나와있던 김종민 의원과 송기헌 의원이 과거 윤 전 총장의 인사청문회 등에서 해당 의혹들이 윤 전 총장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발언한 영상을 재생해 두 의원이 민망해하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앞서 공판준비기일에 최씨의 변호인은 "이 사건은 시작부터 정치적이었고 끝까지 정치적"이라며 "윤 총장에게 모욕감을 주려고 사법제도를 농단한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