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참가했던 야구 국가대표팀의 이강철 감독이 1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일본에서 입국해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3. 3. 14. 인천국제공항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도쿄=황혜정기자] 마치 뫼비우스 띠처럼 논점이 돌고 돈다.

투수 부진→혹사 논란→왜 혹사했나→중요한 단기전에선 다 이렇게 한다(감독)→단기전에선 왜 이렇게 하나→좋은 성적을 위해선 어쩔 수 없다→그러니까 혹사?
마운드에 올라온 투수가 부진하자 혹사로 인한 부진이라고 한다.
맞다.
팔에 과부하가 걸리면 호투를 보여줄 투수는 ‘인간’인 이상 많지 않다.
애리조나,괌,시드니,한국, 그리고 일본까지의 일정도 컨디션 난조를 불렀다.
그런데 감독 입장에서 가용할 투수가 없는 상황이라면, 그나마 쓸 수 있는 투수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최선이 아닌 차선책이다.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 하는 국제대회 단기전에선 체력이 남아있더라도 불안한 투수를 올릴 수는 없다.
결국 결과론이다.
이번 WBC에서 코칭스태프로서 최선이라고 생각한 선택지가 빗나가며 ‘광탈’했다.
국가를 위해 구슬땀을 흘린 선수들의 ‘투혼’은 안타깝게도 ‘혹사’가 됐다.
이전 대회도 돌아보면, 성적에 따라 투혼이 혹사로, 혹사가 투혼으로 변신한다.
혹사 논란에 대해 대표팀 이강철 감독은 귀국후 문제의 발언을 토해냈다.
그는 “한국시리즈에 투수 몇 명 쓰는지 알아보고 말하시라”고 했다.
왜 그랬을까. 한국시리즈를 언급한 것은 이 감독이 왜 대표팀 감독으로 선택받았는지와 맞닿는다.
당시 기술위는 단기전의 특성상 마운드 전력 운영 능력의 중요성을 고려해 이강철 감독이 대표팀 감독에 가장 적합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KBO 리그에서 투수 코치로 오랜 경력을 쌓았고 선수들에 대한 뛰어난 분석 및 효율적인 기용 능력을 보였기 때문이다.
또한 이 감독이 ‘한국시리즈’ 디펜딩 챔피언 팀 사령탑인 점도 최종 결정 과정에서 반영됐다.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참가했던 야구 국가대표팀의 원태인(왼쪽)과 김원중이 1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일본에서 귀국하고 있다. 2023. 3. 14. 인천국제공항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이 감독으로서는 자신이 낙점받은 이유에 걸맞게 평소 자신의 전략과 패턴대로 투수를 기용했다.
그런데 예상하지 못한 혹사 논란이 일자, 어이 없다는 반응을 14일 인천공항 귀국인터뷰에서 순간적으로 내비쳤다.

대응 방식이 대표팀 감독으로서 현명하진 못했으나, 이 감독 본인으로서는 납득이 안될 수 있다.
이를 인정하면 KBO기술위부터 자신의 선수기용법까지 모두 부정하는 셈이 된다.

또한 이번 대표팀 투수의 혹사 여부는 야구를 보는 시각마다 다르다.
그래서 쉽사리 정의 내리기 어렵다.
설령 혹사라고 해도 성적을 위해선 한국시리즈와 WBC 같은 빅이벤트 무대엔 컨디션 좋은 소수의 투수를 계속 기용했다.
‘성적’ 앞에 서 있는 모든 감독의 고뇌이자 딜레마다.
추가로 이강철 감독은 부진한 젊은 투수 중에 소형준과 이의리를 언급하며 “이 선수들이 자기 공만 던졌으면 충분히 좋은 결과가 있었을 텐데 자기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앞으로 국제대회를 좀 더 나가면 뛰어난 기량을 보여줄 것”이라고 언급했다.

‘기량을 보여주지 못했다’라는 비난의 논조가 아닌 ‘충분한 기량을 갖고 있고 성장 가능성이 있으니 비난 보단 믿고 응원해 달라’는 의도였다.
사실, 믿었던 선수가 부진하면 사령탑도 답이 없다.
다만 “(앞으로)뛰어난 기량을 보여줄 것”이라는 이 감독의 말에는 해답이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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