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KT에서 MVP를 차지하며 맹활약했던 멜 로하스 주니어. 고척 | 스포츠서울DB

[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모처럼 찾아온 우승 기회인데 외국인 타자가 변변치 않다.
지난해 이맘때엔 전혀 걱정이 없었는데 1년 만에 굵직한 고민거리가 됐다.
정상을 노리는 LG와 KT가 외국인 타자를 향한 동병상련을 느끼며 아쉬움을 삼키고 있다.
지난해에는 더할 나위 없이 든든했다.
KT가 특히 그랬다.
당시 KT 외국인타자 멜 로하스 주니어는 140경기에 출장해 타율 0.349에 46홈런 132타점 OPS(출루율+장타율) 1.095로 펄펄 날았다.
KT 구단 최초 MVP 수상자가 되면서 한국땅을 밟은지 4년 만에 KBO리그를 정복했다.
하지만 KT와 로하스의 인연은 거기까지였다.
지난겨울 KT를 포함한 복수의 구단과 협상 테이블을 차렸던 로하스는 일본프로야구 한신과 계약을 체결했다.
한신에서 거부할 수 없는 조건의 계약을 제시했고 로하스는 일본행을 선택했다.

KT는 로하스의 대체자로 조일로 알몬테를 데려왔다.
그런데 알몬테는 현재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된 상태다.
60경기에서 타율 0.272에 7홈런 36타점 OPS 0.744다.
로하스와 비교해 부족한 모습을 보이다가 결국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이탈했다.
타격과 수비를 두루 비교했을 때 로하스와 알몬테가 비슷한 점은 스위치히터 정도 밖에 없다.

LG 로베르토 라모스 잠실 | 스포츠서울DB

LG는 KT와 달리 외국인타자 재계약에 성공했다.
지난해 38홈런을 터뜨리며 외국인타자 잔혹사에 마침표를 찍은 로베르토 라모스와 인연을 이어갔다.
그러나 라모스는 1년 만에 하향곡선을 그렸다.
0.959였던 OPS는 0.739로 떨어졌고 지난해와 달리 시즌 초반 맹타도 사라졌다.
라모스 또한 알몬테처럼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제외된 상태다.
흔히 외국인타자를 ‘30홈런 FA타자’와 비유한다.
외국인타자 영입에 성공할 경우 30홈런 타자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반대로 실패하면 외국인타자 한 자리는 계륵이 된다.
현재 KT와 LG가 그렇다.
올해 활약은 만족스럽지 않은데 그렇다고 당장 교체를 단행하기가 쉽지 않다.
시즌 중이라 데려올 수 있는 외국인선수도 한정됐고 입국시 2주 자가격리도 감수해야 한다.
올림픽 브레이크가 최적기인데 브레이크까지는 아직 한 달 가량 남았다.

만약 로하스가 여전히 KT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면, 그리고 라모스가 지난해처럼 시즌 초반부터 대포를 터뜨렸다면 KT와 LG 모두 지금보다 3, 4승은 더 챙겼을 것이다.
양 팀에 있어 외국인 타자들의 지난해 활약상이 자꾸 떠오르는 이유다.
올시즌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는 KT와 LG의 올시즌 종착역 또한 알몬테든, 라모스든, 아니면 새 얼굴이든 외국인타자로 인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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