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암과 심장병을 앓고도 병원에 갈 꿈조차 꾸지 못하던 라오스 오지 환자들이 한국에서 새로운 희망을 선물 받았다.

서울아산병원은 지난 2월 말 라오스에서 의료봉사를 하던 도중 만난 갑상선암 환자 야 씨옹(37)씨와 선천성 심장병 환자 싸이싸왓 웨(19)씨가 한국에서 무사히 치료받고 24일 라오스로 돌아갔다고 밝혔다.

씨옹씨는 언젠가부터 목에 혹이 만져져 불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시체를 매장하는 산에서 화전농으로 힘겹게 살고 있던 터라 병원 방문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 한국에서 온 의료진이 무료 진료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시내 도립병원으로 달려갔다.
서울아산병원 의료봉사단은 라오스의 열악한 의료 환경을 고려해 초음파 기계를 준비해갔고, 검사를 진행할 수 있었다.
초음파 검사 결과, 씨옹씨 목 쪽에서 종양이 확인됐다.

강우석 이비인후과 교수는 수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지만, 라오스에서는 조직검사조차 제대로 시행하기 어려워 한국으로 이송해 치료하기로 했다.
이달 7일 한국에 온 씨옹씨는 정밀검사를 받았고, 갑상선암이 많이 진행돼 신경까지 침범할 위험이 큰 상태로 확인됐다.
더 지체했다면 식도에 침범돼 목소리가 변형되고 식사에도 지장이 생길 상황이었다.
다행히 11일 이윤세 이비인후과 교수 집도로 수술이 성공적으로 이뤄졌고, 빠르게 회복한 씨옹씨는 이날 라오스로 떠났다.
씨옹씨는 "서울아산병원 의료진을 만난 것은 기적"이라며 "라오스에 있는 6명의 자녀에게 건강한 엄마의 모습을 얼른 보여주고 싶다"고 감사를 표했다.

태어날 때부터 심실중격결손증을 앓던 웨씨도 강릉아산병원으로 이송돼 지난 14일 전보배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로부터 결손 부위를 막는 수술을 받았다.
이미 수술 시기를 한참 넘겨 심장 크기가 정상보다 훨씬 비대했다.
서울아산병원의 윤태진 소아심장외과 교수도 직접 강릉아산병원을 찾아 수술을 도왔다.
웨씨도 순조롭게 회복해 라오스의 가족에게 돌아갔다.
이들의 치료비와 항공료 등은 아산사회복지재단과 서울아산병원에서 전액 지원했다.

이번 치료는 코로나19 유행으로 중단됐다가 3년 만에 재개된 서울아산병원 의료봉사단의 해외 의료봉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봉사단은 지난 2월18일부터 25일까지 라오스 우돔싸이 지역을 방문해 봉사활동을 펼쳤다.
의사·간호사·약사·관리직 등 62명으로 꾸려진 봉사단은 라오스 현지에서 총 1980명의 환자를 돌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