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 먹다온 꿀빨러는 빠져"…요즘 더 서러운 카투사의 항변
작성자 정보
- 작성자 TOYVER
- 작성일
컨텐츠 정보
- 조회 15,495
본문
밀실] <47화>
'편한 군대' 발언에 발끈한 카투사들
“친구들이 ‘미군들이랑 햄버거나 먹다 왔으면 군대 얘기할 때 빠져라’고 말하는 것도 속상한데 국민의 대표라는 사람이 그런 말을 하니 불쾌했죠. 제 군 생활 21개월이 부정당한 느낌도 들었고요.”
밀실팀과 마주 앉은 최석영(25)씨가 입을 열었습니다. "카투사는 편한 군대라 논란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9일 언론 인터뷰)고 밝힌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에게 응답한 겁니다.
최씨는 2년 전 주한미군 평택 기지에서 전투병으로 군 복무를 마친 카투사(KATUSA)입니다. 우리나라 군인이지만, 주한미군 부대에 소속돼서 군 생활을 한 예비역 장병이죠.
그런데 최씨를 비롯한 카투사가 최근 여론의 장에 '강제 소환' 됐습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아들 서모씨가 카투사 복무 시절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발단입니다. 우 의원이 말한 '논란'이 바로 이것이죠. 서씨의 휴가 연장과 자대 배치 과정에서 당시 민주당 대표였던 추 장관 측의 청탁이 있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문제가 불거졌죠. ‘엄마 찬스’를 쓴 게 아니냐는 겁니다.
우 의원 발언으로 카투사들은 폭발했습니다. 지난 9일 현역·예비역 장병이 모인 디시인사이드 ‘카투사 갤러리’는 성명을 내고 “부대나 보직마다 복무환경이 달라 카투사 내에서도 업무 강도는 제각각”이라고 지적하면서 우 의원에게 공식 사과를 요청했죠. 우 의원은 하루 만에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사과문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추 장관 아들 논란은 여전하고, 카투사들도 아직 할 말이 많이 남은 듯합니다. 밀실팀이 전역한 20·30대 카투사 예비역 장병 3명과 만났습니다.
"카투사가 더 자유로운 건 맞지만…"
‘영어캠프’
」흔히 카투사를 비꼬면서 하는 표현입니다. 주한미군 기지에서 미군과 같이 지내고, 외출과 외박이 비교적 자유로운 카투사의 복무 환경 때문인데요. 밀실팀이 만난 이들도 카투사가 일반적인 육·해·공군보다 상대적으로 쾌적한 환경에서 자유롭게 생활한다는 점은 인정하더군요.
8년 전 용산 기지에서 행정병으로 일했던 카투사 예비역 A씨(30)는 이런 이야기도 들려줬습니다.
"보통 군대 갔다 온 남자들은 '내 군 생활이 더 빡셌다(힘들었다)'고 경쟁하는데 카투사 사이에선 '내가 더 꿀 빨았다(편하게 지냈다)’고 자랑하는 문화가 있었던 것 같아요.”
카투사 사이에서도 A씨는 선망의 대상이었습니다. 부대가 서울 한가운데 용산구에 있어 ‘용투사’(용산+카투사)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였죠.
하지만 카투사도 똑같은 현역 군인이라고 A씨는 강조했습니다. 그는 "외박을 자주 나갔다고 해서 국방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건 아니다. 좀 더 편했다 해도 주어진 일을 충실하게 했다는 점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전했습니다.
밀실팀과 인터뷰한 최씨도 주변의 편견을 걱정했습니다. "지인들에게 '공짜로 1년 9개월짜리 어학연수 가서 좋겠다'는 말을 가장 많이 들었다"며 "최근 카투사가 구설에 올라 그런 인식이 더 공고해질까 걱정된다"고 토로했죠.
"카투사도 천차만별인데"…'햄버거 굽다 왔냐'는 비아냥도
이들은 "카투사 전체를 ‘편하게 지낸 군인’으로 일반화하거나 깎아내리는 건 잘못됐다"고 지적했습니다. 부대와 보직에 따라 하는 일이 천차만별이라는 거죠. 또한 미군과의 갈등도 카투사가 감내해야 하는 어려움이라고 말하더군요.
자원해서 전투병이 된 최씨는 "미군들과 헬기 탑승 훈련도 하고, 수류탄도 많이 던지고, 사다리 같은 무거운 장비를 지고 산에 오르기도 했다"고 했습니다. "21개월 중 1년가량은 훈련장에 있었던 것 같다. 복무 기간 대부분을 훈련하거나 훈련을 준비하면서 보냈다"고 덧붙이더군요.
미군들과 훈련하면서 찍었던 사진을 보여주던 그는 “이런 경험을 친구들에게 들려줄 때마다 ‘햄버거나 굽다 왔으면서 무슨 훈련을 받았느냐’는 반응이 돌아온다”고 쓴웃음을 지었죠.
3년 전 동두천 기지에서 주한미군에게 한국문화 수업을 했던 지영현(24)씨도 일과시간 이후까지 업무를 챙기는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그는 "카투사도 다른 한국 군인들처럼 최저임금에 훨씬 못 미치는 월급을 받지만, 자부심을 갖고 일한다"며 "한국군과 주한미군 사이 다리 역할을 하는 카투사의 노력을 짓밟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눈 가리고 아웅" 추 장관 아들 해명엔 비판적
밀실팀은 이들 카투사 예비역들에게 최근 불거진 추 장관 아들 서씨 논란에 대해 물었습니다. 이들은 같은 카투사지만 서씨의 해명에 수긍하기 어렵다는 반응이었습니다.
9일 서씨의 휴가 연장 처리가 한국 육군 규정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오자 서씨 측은 "카투사 휴가는 미군 규정과 한국군 규정이 둘 다 적용된다"고 해명했습니다. 앞서 "카투사에겐 주한 미 육군 규정이 우선 적용된다"고 주장했다가 "휴가는 한국군 규정을 따른다"는 국방부의 해명에 발언을 일부 수정한 건데요.
A씨는 "지나가는 카투사 아무나 붙잡고 물어봐도 사실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는 허술한 주장이다.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의 해명이 계속 나오는 게 이해가 되질 않는다"며 고개를 저었습니다.
지영현씨도 "카투사의 휴가가 한국군 규정을 따른다는 건 주한 미 육군 규정(AR) 600-2에 정확하게 나와 있다"며 "아파서 병가 내는 게 나쁜 일도 아닌데 (서씨가) 부대원들과 충분히 소통하지 않고, 밖에서 휴가를 연장한 건 이해하기 어렵다”고 꼬집었죠.
"정치권, 장병의 헌신 존중해야" 한목소리
군 장병들이 정쟁 탓에 애꿏은 피해자가 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최석영씨는 “여야를 떠나 정치권이 나라를 위해 헌신한 장병을 충분히 존중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 답답하다. 한때 민주당을 지지했던 20대 청년으로서 배신감을 느낀다”며 한숨을 쉬었습니다.
밀실팀이 만난 카투사 예비역들은 “누구든 청춘을 바친 군인으로서 각자 맡은 임무를 성실하게 완수했다는 사실을 인정해줬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출처: 중앙일보] "햄버거 먹다온 꿀빨러는 빠져"…요즘 더 서러운 카투사의 항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