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설립 스노우플레이크에
버크셔 해서웨이·세일즈포스
2억5천만달러 어치 주식 ‘예약’
IPO 투자 안한다던 워런 버핏
이례적 행보에 주가도 급등스노우플레이크 홈페이지 갈무리.

워런 버핏이 이례적으로 공모주에 투자한 미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 ‘스노우플레이크’(눈송이) 주가가 상장 첫날 공모가보다 100% 넘게 올랐다. 경쟁사보다 클라우드 서비스 활용도가 좋다는 장점도 있었지만 ‘워런 버핏 효과’도 만만치 않았다.

16일(현지시각) 뉴욕증권거래소에 2800만주 상장된 스노우플레이크의 ‘클래스A’ 주가는 공모가인 주당 120달러(약 14만1000원)의 111%인 253.95달러(약 29만7687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시가총액도 333억달러(약39조2900억원)에서 711억달러(약83조3500억원)로 뛰었다. 128년 역사의 제너럴일렉트릭(GE·590억8400만달러)과 나스닥 상장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테크놀로지(557억8300만달러)의 시가총액을 뛰어넘었다. <블룸버그통신>은 “소프트웨어 기업 상장 역사상 최대 규모일 뿐더러 올해 미국 기업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의 자금 조달”이라고 평가했다.

2012년 클라우드 기업 ‘오라클’ 임원 출신 개발자와 데이터 전문가, 벤처캐피탈리스트가 모여 만든 스노우플레이크는 기업 데이터를 한꺼번에 관리하는 클라우드 플랫폼 서비스 기업이다. 데이터 저장 공간과 컴퓨팅 업무를 분리해 데이터 처리 속도가 빠르고 여러 사용자가 동시에 데이터를 가공할 수 있으며, 실제 사용 용량만큼만 요금을 매기는 점이 특징이다. 매출은 지난해 2분기 6천만달러에서 올해 2분기 1억3300만달러로 1년 새 121% 성장했지만 각종 비용을 제한 순손실은 지난해 2분기 9300만달러에 이어 올해 2분기 7700만달러로 여전히 적자다.

이런 신생기업이 ‘역대급’ 규모의 자금을 조달한 덴 워런 버핏의 공이 컸다. 스노우플레이크는 14일 공모가 예상 범위를 기존 1주당 75~85달러에서 100~110달러로 30% 상향 조정하면서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와 클라우드컴퓨팅 기업 세일즈포스의 투자 소식을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즈> 보도를 보면 두 기업은 각각 2억5천만달러어치 주식을 스노우플레이크로부터 직접 사기로 했다. 특히 버크셔 해서웨이는 다른 스노우플레이크 투자자들한테서도 3억2천만달러어치 주식을 추가로 살 예정이다. 희망 공모가의 중간값인 105달러를 기준으로 환산해 보면 버크셔 해서웨이는 약 542만주(전체 지분의 약 19%)를 소유하게 된다. 상장 첫날 차익만 8억달러(약 9379억원)에 이르는 것이다.

평소 공모주와 기술주 투자에 소극적이었던 버핏이 이례적으로 투자에 나서면서 그 배경에도 이목이 집중됐다. 워런 버핏은 지난 2011년 대거 사들인 컴퓨터 서버 기업 아이비엠(IBM)의 주가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클라우드 업체에 밀려 폭락하는 바람에 7억달러를 손해 보고 모두 매각했다. 2018년엔 클라우드 기업 오라클 주식을 4천만주 샀다가 한 분기만에 팔기도 했다. 당시 워런 버핏은 미 경제매체 <시엔비시>와의 인터뷰에서 “사실 오라클 주식을 산 뒤에도 사업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 그가 적극적으로 클라우드 기업 매수에 나서자 ‘버핏이 이제 클라우드 산업의 가치를 중요하게 본 것’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여러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는 만큼 스노우플레이크의 주가는 당분간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방경내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최근 2년 동안 신규로 상장한 주요 테크 기업들의 주가가 신규 물량과 밸류에이션 부담 등으로 상장 이후 크게 변동했다”며 “스노우플레이크 주가도 상장 직후 변동성이 높아질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