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 스테이지]여행 못 가는 시대의 여행극, 연출 박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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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토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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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감염병이 휩쓸고 간 공연계. 달라진 풍경 위에서도 희망의 내일을 꿈꾸는 이들을 서정준 문화전문기자가 비대면으로 만나봅니다. [뉴스컬처 서정준 문화전문기자] 코로나19로 인해 가장 피해를 입은 공연이 있다면 무엇일까? 다양한 공연의 이름이 떠오르겠지만, 대학로 사정에 밝은 이라면 박선희 연출의 '여행극' 시리즈를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2004년 데뷔 이후 여러 일을 하다 2010년 이후 본격적으로 연출 작업에 매진한 박 연출은 2011년 '인디아블로그' 이후 '터키블루스', '인사이드 히말라야', '라틴 아메리카 콰르텟'에 이르기까지 세계 각국으로 여행을 다녀온 뒤 그곳에서 얻은 경험과 자료를 바탕으로 공연을 만들었다. 책이나 영상이 아니라 진짜 여행을 재료삼아 만드는 공연, 아날로그 중에서도 지독한 아날로그 형식의 가내수공업식 공연은 코로나19로 인해 커다란 위기를 맞게 됐다. 하지만 박동욱, 임승범, 전석호, 김현식 등 배우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여행을 다닌 박선희 연출은 이번 '클럽 베를린'에 대해 "오히려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과연 공연을 올릴 수 있었을까 싶다"고 이야기했다. "2019년에 낭독극 형태로 했긴 하지만,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이 공연을 만들 시간에 또 외국으로 나갔을 것 같아요. 안 가는 게 아니라 갈 수 없게 된 거지만, 한 편으론 찬찬히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돼서 오히려 다행이었던 점도 있어요." 오는 24일부터 대학로 CJ 아지트에서 공연되는 연극 '클럽 베를린'은 여행극 시리즈의 최신작이다. ns="http://www.w3.org/2000/svg" version="1.0" width="35.000000pt" height="23.000000pt" viewBox="0 0 35.000000 23.000000" preserveAspectRatio="xMidYMid meet"> "원래도 엄청 짜임새를 갖춰서 만드는 건 아니지만 베를린에 갔을 땐 정말 놀려고 갔었거든요. 근데 망했죠(웃음). 주제를 잡지 않고 갔는데 그로 인해 배우들과 충돌도 있었고요. 그 충돌 끝에 배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보기로 했죠. 배우가 자기 생각을 말한다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알지만 에라 모르겠다 싶은 거죠(웃음). 여행은 원래 늘 모험이지만 이번엔 방황이 추가됐어요." 그와의 인터뷰는 한밤을 넘어 새벽에 진행됐다. ns="http://www.w3.org/2000/svg" version="1.0" width="35.000000pt" height="23.000000pt" viewBox="0 0 35.000000 23.000000" preserveAspectRatio="xMidYMid meet"> "조금 다른 세상으로 가버린 느낌이에요. 저는 다시 컨택트 세상이 되길 바라지만, 그것과도 별개로 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 것 같아요. 내가 시대에 뒤떨어진 게 아닌가 싶고요. 하지만 좋은 점도 있어요. 학교 수업을 하면 연출할 때처럼 흥분했던 것 같은데 화상수업을 하니 훨씬 여유있고 생각하며 진행하게 돼요(웃음)." 박 연출은 2020년, 코로나19가 전국을 강타했던 시기에 대해 '힘들기도 했고 좋기도 했다'고 말했다. ns="http://www.w3.org/2000/svg" version="1.0" width="35.000000pt" height="23.000000pt" viewBox="0 0 35.000000 23.000000" preserveAspectRatio="xMidYMid meet"> "작년 상반기에 집에서 지낼 때는 영화 '눈먼 자들의 도시'가 생각났어요. 언택트가 아니라 '단절'된 느낌이었죠. 전화선이 끊어졌달까. 이후로는 조심하면서도 공연을 조금씩 올렸어요. 80석 극장에 130명을 겨우겨우 앉히고 '우리 해냈다'며 말하던 시절도 있었지만, 공연의 질은 지금이 오히려 올라간 것 같아요. 티켓 수입은 줄어들겠지만, 서로 거리를 둬야 한다는 게 묘한 장점이 되기도 한 것 같아요. 또 일이 줄었지만, 그 시간이 연출가로서 연구하는 시간으로 변하기도 했죠. 'NT 라이브'처럼 좋은 작품들을 스트리밍으로 컴퓨터 앞에 앉아서 볼 수 있게 해준 것도 대단했어요." 그는 또 코로나19가 자신에게 '쉼표를 준 시기'라고 이야기했다. "원래도 쉬려던 시기였는데 제가 의도했던 것보다 훨씬 더 쉬게 됐죠. 고통스럽거나 힘든 건 아니었지만 저를 들여다보는 시간이 많아지니까 창피하고 무안해졌어요(웃음)." 끝으로 박선희 연출은 두 가지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앞으로도 관객들과 함께하며 더 행복한 작업을 하겠다는 계획 아닌 계획이었다. "(앞으로)더 관객들을 만나고 싶어요. '언택트'를 완전히 익히기엔 시간이 부족했던 것 같아요. 다른 분들은 화상공연을 제작하거나, 발상의 전환을 빨리 가져간 경우도 있는데 저는 지금 이 줄어든 좌석에 찾아준 관객분들, 내 이야기를 듣고 싶은 사람들과 함께 하려면 뭘 해야할까? 고민돼요. 덜 벌어도 더 행복하고, 더 소중한 작업을 찾고 싶어요." 서정준 객원기자 newsculture1@asiae.co.kr <저작권자ⓒ뉴스컬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